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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

[소설] 안전관리자, 45일.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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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목: 안전관리자,  45일. 위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45일간의 생활

책 표지

[이 이야기는...]

50대 후반의 한 남자, 정열이 안전관리자로 재 취업 후 겪는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정열은 퇴직 후 텃밭에서의 평온한 삶을 꿈꾸었지만, 주변의 걱정과 가족의 압박에 못 이겨 힘들게 재취업을 결정한다. 머리를 쥐어짜며 4개월간 씨름 끝에 산업안전기사 자격증 획득으로 성공한 재취업, 하지만 안전관리자로의 출근 45일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이야기의 순서는 ...]

1. 취업된 것 맞아? 2. 첫 월급 200만 원에 의미  3. 공사 현장을 벗어난 사무실 위치 4. 안전관리자 업무 5. 채의 최후 6. 소장의 꿍꿍이 이러한 목차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 안전관리자, 45일. 제2장

[소설] 제목: 안전관리자, 45일. 위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45일간의 생활 [이 이야기는...] 50대 후반의 한 남자, 정열이 안전관리자로 재 취업 후 겪는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정열은 퇴직 후 텃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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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사 현장을 벗어난 사무실 위치

 

8월 31일 월요일, 나는 오전 8시에 동양건설 사무실로 출근했다. 채용 면접 당시 동양건설 사장이 나에게 노트북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때 그 말을 하면서 얼버무리듯이 현장에 PC가 있을 것인데 노트북을 가지고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PC가 준비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내 노트북을 가지고 출근했다.

 

동양건설 사장은 나보고 좀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박과장에게 김과장 전화해서 오라고 했다.

좀 있으니 박과장보다 약간 체격이 크고 다부진 여자가 들어와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말 한마디도 하기전에 사장이 나와서 여기 데리고 사무실로 가세요 라고 했다.

서로 통성명도 없이 김과장은 따라오세요 하고 먼저 나갔고 난 동양사장과 박과장에게 어떻게 인사를 하며 가야 하는지 가늠하지 못한채 그냥 고개짓으로만 인사를 가름하고 김과장을 따라 나섰다. 나는 김과장의 뒤를 따라 나가면서 그녀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짧은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정리한 그녀는 옷차림은 캐주얼한 청바지에 가죽잠바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는 넓고, 걸음걸이는 씩씩했다. 나는 그녀의 모습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느꼈다.

김과장은 외제차량인 쉐보레 SUV를 타고 내가 따라가기도 벅찰정도로 엑셀을 밟았다. 엄청 터프한 운전실력이었다. 

 

도착한 곳은 상상을 초월한 장소였다. 마을 입구에서 들어갈때 교통사고의 위험은 차지하고서라도 현장 사무실은 가건물로 지어졌는데 문제는 바로 옆에 우사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고랑을 사이에 두고 우사와 사무실이 마주하고 있었다. 냄새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심했고, 우사 주인은 왜 그리 똥을 치우지 않는지 소들도 아마도 죽을 지경일 것이다. 

 

대부분의 건설현장 사무소는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들거나 샌드위치판넬로 가건물을 만든다. 여기는 어디선가 사용한 중고 판넬로 가건물을 지어서 사무실을 꾸몄다. 정확히 네모 모양은 아니지만 대략 가로 15미터 세로 30미터 정도의 부지에 지어졌다. 정문에서 마주 보이는 정면에 지름 60밀리의 PVC 하수관들이 쌓여있고 그 오른쪽에 콘크리트 맨홀들이 나란히 있었다. 포크레인 한대가 오랫동안 서 있는 듯이 바퀴 움직인 자국도 없었고 그저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김과장을 따라 들어간 사무실에는 정면에 심플한 탁자가 중앙에 있고 그 탁자와 연속해서 T자 형태로 책상 삼아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커다란 30인치 정도 되는 모니터 두 개를 연결해서 놓여 있는데 그 뒤에 소장이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김과장은 나를 자기 옆의 빈 탁자를 가리키며 여기에 앉으면 된다고 말했다. 탁자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냥 빈 탁자였다. 의자는 높낮이가 조절되는 것이었는데 앉아 있다 보면 서서히 내려가곤 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꺼내서 전원선을 연결하려고 두리번거렸다. 김과장 뒤쪽의 벽에 2구짜리 콘센트에 3구 멀티탭이 꽂아서 연장시켜 놨는데 김과장이 2구를 사용하고 있었고 1구를 사용 가능했다. 그런데 내 노트북 전원선을 완전히 팽팽하게 당겨도 그 멀티탭에 닿지 않았다. 그래서 사무실을 유심히 훏어 보았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아무도 나를 도와줄사람이 없다는 것을 지천명 넘어 3년후면 이순에 이르는 내가 눈치 채지 못할것 같은가?. 한쪽 구석에 30x50x100센티 정도 크기의 수납장이 있는 조그만 커피 테이블이 있었고 다른 한쪽 구석에 동일한 테이블이 위에 몇몇 도면 서류가 놓여져 있는채 있었다. 두번째 테이블로 가서 문을 열었더니 그곳에 멀티탭 하나가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가지고와 노트북에 연결하고 노트북을 켰다. 사실 켜봤자 내가 지금 뭘 하겠는가마는 안전관리자로 채용되서 온 사무실에 내 책상도 내 PC도 없는데 뭐 나보고 뭐 어쩌란 말인가. 누가 뭘 하라고 안내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곳에서는 그냥 눈치껏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세상의 들리지않는 목소리가 내 귀에 다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자 그렇게 일단 자세를 잡고 나니, 소장이 그제야 얼굴을 들어 일어서서 김과장 탁자(책상이라고 할 수 없으니 그냥 탁자라고 말한다)에 한 손을 얹어 살짝 기대며 한 발로 지지하고 서고 다른 발은 지지하는 발과 교차시킨 채 나를 직접 보지 않고 김과장을 보며

 

사무실이 그냥 그래요. 이게 어디 책상이 나요? 어디서 쓰다 놔둔 것을 가지고 와서 허접하게 

그리고 나를 보며

집은 어디세요? 하고 물었다. 

독천입니다. 여기서 한 20분 걸려요.

20분은 사람마다 다 다르죠. 거리로 얘기를 해야죠.

20KM 정도 되네요

 

소장과의 첫 대면에 첫 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소장은 나보다 어렸다. 나를 채용할 때 동양건설사장이 누구인가와 통화했었는데 아마도 채원수였을 것이고 그때 동양사장이 나이 많은 사람이 좋아 했었고 또 소장보다 많아도 괜찮아라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중에 안전관리계획서에 보면 안전관리자 품질관리자 소장의 신장이 간략히 나오는데 소장은 나보다 3살이 어렸다. 소장은 나보다 더 빼빼했다. 키은 엇비슷해 보였고 담배를 무지 많이 피웠다. 믹스 커피는 담배보다 더 많이 마시곤 한다. 아마도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근데 말하는 것 보면 스트레스받은 사람 같지는 않은데.. 소장은 말이 많다. 주로 자신의 취미 이야기다. 전동킥보드의 배터리를 저렴하게 중고를 구입해서 각각을 분해해서 정상인 것만 골라서 다시 조립해서 킥보드에 장채해 놨다는 애기. 그 배터리가 세트로 되어 있는데 분해하면서 폭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안전하게 분해하는 방법에 대해 무지 열심히 설명한다. 자신의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진실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뭔가 꾸미는 것이 있어서 그것을 숨기기 위한 전략으로 '나 정직한 사람이야. 모든 정보를 당신들과 공유하는 숨김이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 내 말을 믿어줘'라는 표현을 자신 취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는 듯 보였다. 

 

소장의 이름은 이봉신이다. 핸드폰 번호의 뒷 4자리는 외우기 쉬었다. 빨리 서울가자라는 의미로 빨리는 82, 서울은 서울 지역번호 02이다. 문자를 보내도 대부분 찝는다. 아마도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은 안전관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회피라는 것 같다.   

 

소장은 카니발을 타고 다니는데 이것저것 DIY로 개조개선 하는 걸 좋아해서 많은 장치들이 있다. 공기압 체크하는 것도 OEM이 나닌 자신이 부착해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고, 시동키도 스마트 자동키인데 소장이 직접 장착한 것이다. 그래서 차 내부에는 비행기 처럼 이것 저것 버튼 및 디스플레이가 많은데 모두 자신이 많들어 장착한 것이다. 또한 뒷좌석 및 트렁크에는 낚시 도구와 여러 가지 취미 관련 도구들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소장을 믿지 않았다.  건설계에 일하는 사람들이 그러들이 약간의 속물근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대체적으로 특별히 모난 사람은 아니다. 

 

소장은 사무실에 대해 불만이 많은데 사무실 물은 지하수인데 그 물에서 악취가 난다고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물에 악취가 난다는 말을 처음 사무실 출근한 날 말해준 것이 아니고 며칠 지나서야 얘기해 줬다. 그날도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왔는데 화장실에 갔다 온 소장이 세면대 물기가 있는 것을 보니 물을 사용한 것 같은데 냄새 느끼지 못했나요? 하고 묻는다. 난 사실 냄새에 민감하질 못해서 그냥 글쎄요 하고 했다. 소장은 물에서 악취가 나는데 그 냄새가 크레졸비누액 냄새와 유사하고 변기통에 고여있는 물 색깔이 적색으로 보통 이런 색깔은 매립지에서 침출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가능성으로 사무실 북쪽으로 있는 산 아래쪽, 사무실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음식물 처리 시설이 있고, 그 옆에 양수장이 있는데, 이곳에 음식물 및 물고기 그리고 아마도 지형상으로 보아 가축을 살처분할 때 매립지로 보인다고 했다. 

 

어느 날 소장은 화장지 얘기를 했다.  채원수도 동양건설도 화장지를 구입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쓰고 있는 것은 자기가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한 이틀 후 화장지가 떨어졌다. 김과장은 아예 사무실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부터 김과장은 여기서 1-2분 차로 달리면 갈 수 있는 음식점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참 답답한 현실이었다. '뭐 그래 이깟 사소한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겠지 워낙 바쁜 고급 인력들이니까' 속으로 비웃으며 난 그냥 집에서 화장지를 한두 개씩 사무실 화장실에 갖다 놓곤 했다. 

 

소장은 내 컴퓨터에 대해 일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자료를 작성하는데  직접시공계획서에서 원가 부분의 시트 내에 400여 개  행의 단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사실 엑셀 사용하는 것은 나에게 쉬운 일이고 함수나 VBA사용해서 일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직접시공계획서를 이해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소장이 알려준 방법대로 일일이 한셀씩 찾아서 확인하는 노가대를 해야 했다. 그 작업을 데스크톱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화면인 노트북으로 하고 있잖니 시간이 적잖게 걸렸다. 그 일을 처리한 후 소장은 PC가 없어 이 조그만 화면으로 일하게 된 것이 미안했던지 PC얘기를 그때야 했다. 채원수나 동양건설이 PC 하나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다고. 그런데 난 원청인 지하건설이 뭔가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므로 PC를 주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PC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파일철, 집게, 3공 펀치 기타 등등 아주 사소한 사무실 용품도 지원해 주지 않고 있었다.  안전관리계획서를 철하기 위해 내 돈으로 3공 파일 및 3공 펀치를 사야만 했다. 

 

이러한 현실이 너무 싫어서 한번은 카페에 이런 고민을 게시판에 올렸다. 보통 글들은 20~30회 조회가 보통이고 많은면 60회 내외인데 "고민입니다"라는 나의 글은 조회수가 317회나 되었다. "고민"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관심의 단어인 모양이다. 나에 고민에 댓글은 주로 이런 내용들 이었다. 

 

 

 

 

사실 댓글로 조언하는 사람들은 우사 옆의 사무실에 대해서 정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근무해본 사람이 없을 터니 말이다. 게시글에는 뱀 나온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사무실 옆은 품질관리용 시험기를 보관하는 시험실인데 이곳에 두번이나 뱀이 출현했었다. 이 사무실의 위치가 산에 가깝고 주위에 풀이 무성해서 뱀이 여기저기 배회하다 실험실에 들어간 모양이다.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면 산 밑 우사 옆에 사무실을 마련하겠는가? 더구나 사무실 위치가 공사현장 구역내에 있지 않고 한참 벗어나 있다. 다시말하자면, 공사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현장 관리에 어려움이 있울 수 밖에 없다. 수시로 현장을 모니터링 하고 안전에 위헙이 되는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데 사무소를 공사 현장에 멀리 떨어진 위치에 만들어 놓은 이유는 딱 한가지 이유다. 돈이다. 

 

소장에 따르면 사무실이 있는 이 부지는 원청인 지하건설에서 선정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곳은 채원수가 장소를 선정했고, 동양건설이 사무실을 지었다고 한다. 그럼다면 원청은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그렇지는 않는 모양이다. 나중에 지하사장이 와서 하는 말 

 

"나같으면 절대 이런곳에서 일 안한다. 바로 그만둬 버리지"

"내가 우사옆에 이렇게 냄새가 심한데 사람들이 이곳에 근무 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  에어콘을 틀어놓으면 냄새가 덜해서 에어콘을 틀어놓고 일하면 된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또 물었다. 좋다. 여름에는 문을 모두 닫고 에어콘을 틀어놓고 일을 한다고 치자. 그럼 겨울에는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채원수하는 말이 겨울에는 공기 청정기를 틀어 놓겠다고하더라. "

 

그말에 소장, 나, 품질관리 모두 그제 말이 되냐고 생각하느냐? 에어콘으로 온도를 낮추면 조금은 냄새가 덜한건 맞지만 그렇다고 냄새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청정기를 냄새를 필터링 하지 못한다. 사무실을 옮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모드 입을 모아 말했더니, 

 

"그럼, 사무실 알아 보세요. 빈 아파트도 괜찮을 것 같고, 소장은 숙고를 겸하면 되니까" 

 

그렇게 해서 사무실을 옮겨주기로 약속했었지만,  2주쯤 지난후 소장을 통해 사무실 옮기는 것은 없던 일로 되었다고 전해 들었다. 

 

채원수는 왜 여기에 사무실을 잡았을까? 원청이라면 돈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채원수는?

채원수는 왜 원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사무실을 잡았을까? 뭔가 비밀이 있다는 말인데.........

 

 

 

[소설] 안전관리자, 45일. 제4장

[소설] 제목: 안전관리자, 45일. 위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45일간의 생활 [이 이야기는...] 50대 후반의 한 남자, 정열이 안전관리자로 재 취업 후 겪는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정열은 퇴직 후 텃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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